박수근 50억대 그림에 김환기·이우환 명작…미술품 210억대 '빅 세일'

입력 2018-11-18 17:23  

K옥션, 21일 203점 경매…창사 이후 최대 액수

40억~55억 박수근 '시장의 사람들'
최고가 '빨래터' 기록 깰지 관심

김환기 작품 8점 추정가 60억대
30억~50억 '22-X-73 #325' 눈길
'날으는 새'는 15억부터 경매 시작

이우환 '점으로부터' 16억~20억
장욱진 '얼굴'도 4억~6억에 나와
조선시대 이택균의 '책가도' 등장



[ 김경갑 기자 ]
‘국민 화가’ 박수근 화백(1914~1965)은 어렵고 힘든 시대를 묵묵히 살아간 사람들의 꿈과 의지를 따스한 황토색 질감으로 화면 위에 살려내려 평생 힘썼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 스승도 없이 혼자 그림을 그리던 그는 1952년 월남해 다시 만난 아내의 삶을 통해 궁핍한 시대의 모성애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 어려운 시절을 관통하며 미술사에 길이 남을 그의 작품에 일하는 여인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수근이 12명의 여인이 시장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잡아낸 대표작을 비롯해 김환기 장욱진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의 그림,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 추사 김정희 글씨, 조선시대 책가도 등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203점이 한꺼번에 경매에 부쳐진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경매장에서 여는 메이저 경매를 통해서다. 경매에 나온 작품의 낮은 추정가 총액은 211억원으로, K옥션이 2005년 경매를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경기 침체로 미술품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비교적 싸게 베팅할 기회다.

박수근의 40억~55억원대 그림 등장

K옥션은 전략 상품으로 한국 미술시장의 쌍두마차 박수근과 김환기의 수작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한국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애호가들의 시선을 붙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은 추정가 40억~55억원에 올려져 2007년 경매에서 ‘빨래터’(45억2000만원)가 세운 그의 최고가 기록을 11년 만에 갈아치울지 관심을 모은다. 회백색의 화강암과 같은 독특한 마티에르로 장터에 나선 여인네들의 모습을 잡아내 우리 민족의 서정성을 살려냈다. 섬세하게 떠오르는 검은 윤곽선과 분홍색, 청색, 노란색 톤을 화면에 잔잔하게 풀어낸 게 이채롭다.

K옥션 측은 “박수근을 무척이나 존경하던 외국인이 40년간 소장하다가 한국인에게 되팔았다”며 “박수근 작품 중 비교적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환기 작품도 여덟 점이나 경매에 올린다. 추정가 총액만도 60억원이 넘는다. 작고하기 한 해 전인 1973년에 회색선과 검은색으로 예술 인생의 모든 것을 집약해 그린 추상화 ‘22-X-73 #325’를 30억~50억원에 내놓았다. 달, 매화, 새가 한 화면에 모아 한국적 서정미의 정수를 보여주는 1958년 작 ‘날으는 새’는 15억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회화와 설치미술을 넘나드는 이우환의 작품도 시대별로 여덟 점(약 24억원)을 출품했다. 2m가 넘는 대작 ‘점으로부터’(150호 16억~20억원)가 시선을 끈다. ‘동심의 화가’ 장욱진의 1956년 작 ‘얼굴’도 나온다. 동그라미와 선, 세모, 네모꼴을 활용해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을 단순하게 표현한 화면 구도가 특징이다. 추정가는 4억~6억원을 제시했다.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등의 단색화 작품도 골고루 출품했고, 한국 근·현대 화단을 이끈 이대원 도상봉 김종학 김창열 등 대가들의 작품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입찰한다.


조선시대 책가도, 해시계 등 눈길

K옥션은 한국 전통문화 유산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사료적 가치가 높은 고미술품도 대거 출품했다. 조선 후기 최고의 화원 송석 이택균의 10폭짜리 ‘책가도’(3억~7억원)를 비롯해 이명기의 초상화(1억2000만~2억원), 강봉수가 제작한 오목형 해시계인 ‘휴대용 앙부일구’(2500만~6000만원), 정약용의 편지, 추사 김정희 글씨 등으로 애호가들의 관심을 높였다. 연초부터 이어진 일부 고미술 투자자들의 ‘사자’ 열기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또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명품 고악기까지 아우르며 경매 물품 다변화를 꾀했다.

해외 미술품으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설계에 참여한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의 작품(2억5000만~3억5000만원), 미국 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 ‘러브’(5억7000만~8억원),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2억5000만~3억5000만원), 앤디 워홀의 ‘슈즈’(1억1000만~1억8000만원) 등을 내세웠다. 해외미술 컬렉터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K옥션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손이천 K옥션 팀장은 “컬렉터의 이목을 집중시킬 국내외 작가들의 명작을 집중 소개해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품작들은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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